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어렵지 않게 필사 관련 게시물이 나타납니다. 남이 쓴 글을 무엇하러 다시 쓰는 수고스러운 일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가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고른 단어, 글의 흐름을 좌우하는 문단 구성을 따라 쓰다보면 책에 숨겨진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필사는 마치 거장의 예술 작품을 모작하듯 문장력과 글쓰기 연습을 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하죠. 따라서 어떤 글을 필사하느냐도 자신의 글쓰기와 문해력을 키우는데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문장력과 문해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받고 싶어서 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장은 간결하되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버릴 타선 없이 들어찬 알찬 글을 선호합니다. 소설이나 시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아름답고 섬세한 표현은 쓰기보다는 읽는 것이 더 즐겁게 느껴지더라고요. 오늘은 저의 서점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또 필사하기에도 좋은 책 세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마쓰우라 야타로북노마드 공항서점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한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는 핸디한 사이즈와 짧은 에피소드들을 엮은 책으로 작가는 일본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싶어 하는 편집장이자 작은 서점의 선구자 '카우북스'의 대표인 마쓰우라 야타로입니다. 작가는 전작들에서도 자신만의 삶과 일, 생활의 철학은 명료한 문장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로 엮어 세대를 어우르는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이 책은 그가 여행중 그리고 일상에서 만난 아름답고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고 싶어하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이 책은 한 에피소드가 아주 길지 않고 또 에피소드가 끝날 때에는 그가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정리한 문장이 한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필사를 이제 막 시작한 분들이 빠른 호흡으로 기분좋게 글을 완성하는 재미를 느끼기 좋은 입문용 도서로 추천드리고 싶어요. 물론 삶에 도움이 되는 유연하고 명쾌한 그만의 문장과 메시지도 훌륭하고요. 만약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그의 다른 책인 <좋은 감각은 필요합니다>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바로가기 <오케이 다시 한번 해볼게요>, 박여름히읏 이 책 또한 짧은 단편 산문을 모은 산문집입니다. 전작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를 통해 박여름 작가는 마음에 안고 있던 아주 조그마한 감정을 부드럽게 이끌어 내는 듯한 공감의 말로 크게 사랑받았는데요. 이번 책에서는 전작보다 조금 더 깊은 곳에 우리가 고민하는 복잡한 감정들을 차례로 나열하며 작가만의 언어로 응원과 용기를 줍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다시 한번 해본다-라는 것은 무언가 실패나 주저함, 후회 등을 다시금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문장입니다. 거기에 도전하는 우리의 마음이 조금은 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마지못해 하는 시도가 아닌 기꺼이 도전하는 마음이 될 수 있도록 '오케이-'라는 유쾌한 추임새를 덧붙였죠. 필사를 한다는 것은 독서의 새로운 방법을 도전하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며, 꾸준히 매일매일 실천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도전에 경쾌한 응원을 한스푼 얹어 내일도 모레도 기분좋은 필사의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로가기 <세상의 모든 시간>, 토마스 기르스트을유문화사 문화사학자인 토마스 기르스트는 현대 사회의 미술을 수없이 관찰하고 탐구하고 사유하는 글을 써왔습니다. 그런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시간'. 24시간에 빈틈없이 무언가가 들어찬 동시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더욱 느리고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 가치를 꽃 피운 것들을 찾아 나섭니다. 타임캡슐, 600여년 동안 연주되는 존 케이지의 연주곡, 20년에 걸친 뒤샹의 걸작 등 예술은 물론 수십년의 시간을 단 하나의 문제를 푸는데 바쳐온 수학자, 중세 시대의 방법으로 저녁을 요리하는 요리사 등 그 범위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합니다. 필사는 눈으로 문장을 읽고 손으로 글을 쓰는 아주 아날로그 적이고 번거로운 독서 방법입니다. 하는 도중에도 나는 과연 필사를 왜 하는걸까?라는 질문이 수십번씩 머리를 스쳐지나가기도 하죠. 사사로운 생각들을 비워내고 작가가 주목한 느림의 미학, 그리고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나를 둘러싼 끊임없는 정보와 기술의 혜택을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텅 빈 욕심은 잠시 버려두세요. 온전히 나의 생각과 나만의 기준에 집중하고 그 느림의 길을 걸을 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간, 그리고 내면의 고요함 뿐입니다. - 소개한 세 권의 책은 각각 한국, 일본, 독일 작가의 책으로 한국어로 번역된 두 권의 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는 일본어 원서를 구해 비교해가며 읽어 본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낀 경험이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번역'에 대한 또 다른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번역'과 관련된 기준을 갖고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준비해서 인사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