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잊어버릴까. 그러면 되게 싫겠다.”
최고의 공감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추억 소환 에세이“어린 시절은 정말 짧아요. 긴 인생의 아주 잠깐이죠. 그런데도 마치 푸딩의 캐러멜소스처럼 다른 부분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입니다.” 일상 속 행복과 귀여움을 발견해내는 탁월한 감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공감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가 4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특별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생생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은 나』는 읽는 내내 그리움을 자아낸다. 마스다 미리의 추억인데 왜인지 마치 내 추억처럼 정답다. 한 권의 그림일기 같은 이 책에는 작고 소중해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꼬꼬마의 사계절이 담겨 있다. 입학식으로 시작되는 봄부터, 여름 장마와 신나는 방학을 지나, 향기가 만 리까지 간다는 꽃나무를 발견하고 전학생을 기다렸던 가을, 산타 할아버지와 설날이 있는 겨울까지, 매일매일이 반짝이는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특유의 몽글한 그림체로 귀염뽀짝한 어린 시절을 그려낸 37점의 일러스트도 만나볼 수 있다. 칠판, 선생님, 정글짐, 미끄럼틀 등 교실과 운동장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초등학교 1학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온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감각은 누구보다 예민하면서 표현은 누구나 공감할 만큼 쉽게, 그림과 글을 짓는 내공 100단의 마스다 미리. 그녀의 특별한 추억록을 만나 보자. 우리 모두가 작고 소중한 존재였던 그 시절이 너무나 애틋하고 행복하게 솟아오를 것이다.
어른이 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잊어버릴까. 그러면 되게 싫겠다.어린 시절의 저는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를 쓰는 걸 좋아한 이유도 그런 생각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걱정했던 대로 어른이 되면서 점차 어린 시절의 나는 멀어졌습니다. 다양한 일들을 잊고 말았어요. 그 사실이 조금 쓸쓸합니다.그런데 신기하게도요, 즐거웠다는 마음만큼은 갑작스럽게 되살아날 때가 있습니다.이를테면 한겨울, 차가운 바람이 불던 때.최선을 다해 연을 날리던 ‘어린 나’ 자신이 멀리서 달려와 즐거웠던 마음을 말해 줍니다.날아가! 날아가! 높이높이 날아가!뺨을 발갛게 물들이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작은 나. 전부 다 기억하지 못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즐거웠던 감각이 오래오래 남아 있습니다.최선을 다해 놀아 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어른이 된 지금도 이따금 행복한 기분이 들어.어린 나를 만나러 갈 수 있다면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4쪽)
언젠가, 작고 소중한 어린이였던우리 모두의 이야기
“최선을 다해 놀아 줘서 고마워.네 덕분에 어른이 된 지금도 이따금 행복한 기분이 들어.”초등학교 입학식 날, 나만의 이유로 입기 싫은 새 원피스.내 책가방이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큰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모양이 비슷한 글자들이 더 친한 것 같은 기분.『작은 나』에 담긴 작은 생각들은 너무 귀여워 실소가 터지고, 또 어딘가 애틋하다. 배우는 것도,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온통 처음투성이니 당연할지 모른다. 물웅덩이 앞에서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상상을 하는 장면이나 별것 아닌 페트병 뚜껑을 보물처럼 소중히 땅에 묻는 장면 등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 나도 그랬는데!’ 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온다. 마스다 미리는 닫는 글에서 또래보다 키가 큰 편이었던 탓에 “유난히 어설픈 점이 눈에 띄”는 아이였고,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과 같은지 아닌지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아이”가 되었다고 밝힌다. “불안하고 불안해 어쩔 줄 몰랐”던 이 작은 나는 늦게 줄을 서도 “마지막에 서다니 대단하구나!”라며 칭찬해 주는 따뜻한 담임선생님을 만나 점점 안정을 찾는다.“누구나 이 책에서 ‘작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그러면 ‘큰 나’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나를 만나게 해줄 따뜻한 선물 같은 책오랜 기간 어린이를 지켜봐온 전문가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저자는 이 책을 추천하며 “‘어린 시절’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그때의 ‘나’가 미숙하고 어렸고, 어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라고 시작해 “나도 내 얘기인 양 읽었다. 짧고 진지한 놀이에 빠지고, 뻔한 거짓말을 했던 내가, 어떤 때는 고지식하고 어떤 때는 엉뚱했던 내가 이해되었다.”고 썼다.
어쩌면 어른이 될수록 강해진다는 생각은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것을 몰라서 더욱 용감했던 그 시절,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그래서 모든 게 가능했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나 보자. 어느새 타협이 더 익숙한, 나의 목소리보다 다른 목소리가 더 가득한 내가 된 건 아닐까. 무엇보다 오롯이 나였던 작은 나를 이 책을 계기로 다시 만난다면 다른 누군가의 위로보다 더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어른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오늘의 나를 더욱 기꺼운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ISBN 9788925575599
출간일 2024년 01월 31일
184쪽, 129 x 188 x 19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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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