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기』 대니 샤피로의 신작 소설 『별들이 우리를 발견하기를』(Signal Fires)이 출간되었다. 샤피로가 오래전에 집필하다 만 미완성 원고를 팬데믹 시기에 다시 꺼내 15년 만에 완성한 역작으로, 샤피로의 소설을 기다려 온 한국 독자에게 마침내 도착한 첫 소설이다. 이 책의 원제는 Signal Fires, 직역하자면 “신호의 불꽃”이다. 한국어판 제목 “별들이 우리를 발견하기를”은 눈 내리는 밤 가출한 소년 월도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노부인 미미를 길에서 만나 나누는 대화에서 온 표현이다. 『별들이 우리를 발견하기를』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힐링’ 소설이거나 거침없이 통과할 수 있는 ‘쉬운’ 소설이 아니다. 독자들은 때로 덜커덩거리고 움찔하면서, 한쪽 가슴이 뻐근해지거나 느슨해지는 것을 수시로 느끼면서, 소설의 시간을 따라 여름밤과 겨울밤을 넘나들며 시시각각의 온도를 체감하는 독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대니 샤피로는 정교하게 선택한 서사 구조와 밤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별들의 시점으로 인물들의 시간대를 교차 서술함으로써 비선형적으로 흐르는 삶을 영적이고 명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 펼쳐지는 별자리들의 생성과 소멸처럼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없음을 예민한 감각으로 드러낸다. 비록 현재의 시선으로는 지나온 시간과 지나갈 시간을 아울러 통찰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삶의 결말이 자신이 바라던 그곳에 가닿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삶은 살아나가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충만하다고 말하듯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저 자신을 겹쳐 만나게 하면서 그 모든 순간순간을 동시에 함께 살아나가는 존재로 확장한다.소설 속 인물들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 혹은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인해 저마다 깊은 아픔과 상처와 상실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을 스스로 벌하거나 망치는 방식으로 자신의 과오와 오류, 잘못된 결정과 성격적 결함들을 견뎌낸다. 겪어야 할 것들은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배우면서. 자신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한, 묻어둔 진실을 직면하려고 하는 한, 인간은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렸던 내면의 힘을 되찾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각각의 인물들이 본래의 자기다움에 가까워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모든 삶과 연결되어 있음에 이르게 되듯이. 독자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사건들이 더는 나와 무관한 무엇이 아님을 아프고 기쁘게 감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나를 발견해 줄 하나의 별을 기다리는 작고 연약한 존재인 동시에 어딘가에 있을 나와 같은 또 다른 별 하나를 발견해 낼 거대한 하늘의 눈을 덧입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제니(시인) 추천사
ISBN 9791171712595
출간일 2024년 08월 28일
384쪽, 131 * 211 * 28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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